[도서] 인천의 근대 사진과 모더니티

2020. 8. 30. 17:23calico의 공부/글쓰기

 

인천의 근대 사진과 모더니티

편저자: 이재성, 김혜영

 

<목차>

 

1장 제물포와 사진의 만남

2장 인천역과 축현역

3장 제국의 기념물

4장 근대 건축물의 표정

5장 근대 교육과 인천인

참고문헌 

 

<서문>

 

  근대 사진은 역사를 증언해주는 사료입니다. 하지만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투명하게 전해주지 않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사진들은 식민지의 사람과 문화를 자신들의 시선으로 왜곡해 서 사진에 담았고 때로는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고 합니다. 서 양 문명에게 비춰진 비서양 문명은 미개함, 더러움, 낙후됨, 비합리 그 자체였고, 서양의 진보와 발전 의 문명으로 지배하고 통치하는 제국주의를 정당화했습니다. 그러나 근대를 증언할 수 있는 건축이 나 문서들이 많이 사라지고 없는 지금, 사진은 근대시기로 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지 금 볼 수 없는 것들을 사진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시할 수도 없고 현혹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근대 사진이 왜곡된 역사해석을 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생산된 인천의 근대 사진들 역시 주의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항장으로서 인천은 근대 역사가 매우 중요한 도시 입니다. 사진 자료들도 주로 개항장을 중심으로 생산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책과 엽서로 만들어 널리 퍼뜨린 사람들은 주로 일본 사람들이었습니다. 근대 인천 사진들은 대부분 일본인들이 바라본 시간과 공간, 그들의 근대성을 담고 있습니다. 유명한 프랑스 학자 미셸 푸코는 말해지는 것과 말해 지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어떤 사실들이 선택되어 역사가 되느냐도 마찬가지 입 니다. 모두 권력과 정치의 문제입니다. 이는 이미지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일본인의 의도와 전략 을 피하고, 우리 스스로 만들지 못했던 근대의 이미지를 우회적으로 재창조할 수는 없을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오리엔탈리즘과 제국주의의 틀을 깰 수 있지는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에게 남겨진 근대 인천의 사진들 중에서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사진들을 다시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잘 알려진 사진들 속에서 주인공인 아닌 그 주변을 함께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천의 근대와 ‘사진’과의 조우 를 추적해 보았습니다. 사진과 연관된 에피소드를 찾아보았습니다. 사진 속에서 숨겨져 있던 인천과 인천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선 1장에서는 황철에 의해서 촬영된 인천 사진들을 통해서 조선인이 찍은 인천 사진의 의미 를 찾아보았습니다. 또한 근대 시기의 사진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을 정리하였습니다. 1장 은 서론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2장에서는 지금까지 인천역에 비해 덜 강조되던 축현역(상인천역)을 같이 다루었습니다. 이 말은 현재의 동인천역이 초기에는 존재감이 없다가 점점 인천의 실질적인 ‘중 앙역’의 역할을 하게 되는 과정을 의미하고, 또 일본인들이 중심이던 개항장 인천이 점차 조선인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가는 뿌듯한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3장에서는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일본 제국 주의의 기념물들을 다뤘습니다. 잘 알려진 사진들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제국주의의 흔적을 면 밀히 검토했습니다. 제국의 기념물들과 상징물들이 이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의 지배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그들의 역사적 과오를 증언할 수 없게 되었다는 역설을 품고 있습니다. 따라 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남기고,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더 신중하게 토론해야 할 것입 니다.

  4장에서는 근대 건축물의 이미지들을 다뤘습니다. 인천의 근대 건축사에서 개항 초기에 서양 식 건물들과 일본식, 중국식 건물들이 한국 전통의 양식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초기부터 각 양식들은 혼합되었습니다. 여기서는 건축사적인 접근이 아니라 ‘근대적인 건축의 이미지’를 추려 보았습니다. 근대의 과학기술의 성격이 반영된 인천측우소, 대표적인 우리 고 유의 건축물이었을 감리서, 그리고 새로운 스타일의 학교 건물들의 사진을 모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은행 건물과 우체국을 통해서 우리가 ‘현존하고 있다’고 판단할 때의 중요한 모순 을 지적해 보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근대 건축물의 ‘표정’이라고 보았습니다. 건물의 외관과 재질 등 은 건축물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지금 현존하는 근대 건축물은 이전 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는 근대 교육의 아픈 측면을 다뤘습니다. 바로 한 학교의 ‘졸업앨범’을 통해 드러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기록하고, 새로운 지역의 시각문화를 일궈 나가려 했던 인천인들의 모습을 함께 담고자 했습니다.

  근대에 대한 고민은 지나간 역사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무지로부터의 해방, 전쟁으로부터 의 해방, 독재로부터의 해방, 가난으로부터의 해방, 이념으로부터의 해방 등 굳건한 근대 독립국가 를 건설하고자 했던 우리의 과제는 아직도 상당 부분 진행 중입니다. 근대(modern)는 현대(modern) 이기도 한 것입니다. 한국은 해방 이후에 본격적인 ‘우리의 근대’가 펼쳐졌습니다. 분명 ‘근대성 (modernity)’의 문제는 역사적 시기구분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들을 던지고 있 습니다. 근대 인천인과 현대 인천인은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그런 묵직한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고 그것을 의도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근대 이미지들을 새롭게 보고 활용할 수 있는 제 3의 가능성이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의 문제, 사진의 원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문제 등 근대 사진 연구와 활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이번 작업을 위해서 나름대로 데이터를 정리해 보려 했으나 개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지역 차원의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러 관계자, 연구자들이 먼저 제기해 주었습니다. 필자들도 필요한 정리 작업을 계속 진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2016년 2월 이재성, 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