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寒露) 그리고 계절의 변화

2020. 10. 13. 14:55PUBLICATION/SOCIETY

지난 10월 8일은 절기로 한로(寒露)였습니다. 24절기 중 17번 째 절기이고 '찬 이슬'이라는 뜻입니다. 한로 다음이 상강(霜降)이고 그 다음이 입동. 이제 한 달 정도 후면 겨울로 들어갑니다. 24절기니까 한달에 2개의 절기가 들어 있는 것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안에는 각각 6개의 절기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24절기는 태양의 궤도(황경)에 따라서 정해지기 때문에 양력인데요, 그렇다고 해도 거의 보름 간격이기 때문에 음력과도 조화를 이룹니다. 그래서 달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지는 '물때'(조수의 변화를 나타내는 표)와도 거의 연동이 되더라구요. 아무튼 24절기를 한 눈에 보면 이렇습니다. 

 

 

 

[그림으로 만나는 사계절 24절기] (글.그림: 이여희, 김수연, 정수, 박연경, 머스트비) 부록에서

 

 

석양이 지는 위치를 보아도 지난 여름과 최근 가을의 차이가 확연히 보이더라구요. 

 

 

2020년 7월 25일의 석양. 오후 7시 27분
2020년 10월 11일의 석양. 오후 5시 53분

 

 

절기는 자연의 변화와 삶의 변화를 잘 연결해 놓은 생활문화의 '매뉴얼'과 같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근대 이전 시기의 삶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이었겠지요. 그래서 일하는 것에서부터 먹는 것, 집 관리하는 것까지 절기에 따라서 '해야 할 것들' 목록이 만들어 졌습니다. 한로에는 국화를 가지고 국화전을 부쳐 먹고, 국화술을 담궜다 하네요. 가을에 살이 올라서 '추어'라고 부른다는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먹는 것도 한로 무렵이라 합니다. (그렇게 절기 관련 글을 읽다가 갑자기 추어탕이 너무 끌려서 뛰어나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 찬 공기에도 감기나 코로나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도록 주의해야 겠습니다.)
농사일과 관련해서 한로는 타작을 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추수를 서두르는 때이구요. 이때 콩이나 깨, 보리 등을 타작하는 전통 도구가 '도리깨'이고, 이런 일을 주민들이 함께 도와서 해 나가는 일을 '품앗이'라고 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보게 되는 단어들입니다.

 

정약용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의 '구월령'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 기러기 언제 왔노"... 지난 여름 글에서 동네에 제비 새끼들이 비행 연습을 하던 사진을 올렸었는데요, 요즘에는 하늘에서 꾸억~ 꾸억~ 철새들의 소리가 나고 처다보면 시옷자로 남쪽으로 날아가는 새들이 보입니다. 기러기겠지요? [그림으로 만나는 사계절 24절기]라는 책에는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강남'은 중국 양쯔강 남쪽이라고 하네요. 지난 번 글에서 ("만수동 인수마을로 이사를 오다") 제비 가족의 행방을 알고자 했던 궁금증이 절반은 풀렸습니다. ㅎㅎ 

 

 

거머리산 위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2020년 10월 11일)
시옷자 중 한 쪽편 아이들이 흩어졌어요~ 핸드폰 사진이라 선명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구도심 마을에서도 사실 힘을 모아서 처리해야 하는 집안일들이 많습니다. 여름이 되기 전에는 건물 방수를 점검해야 하구요, 겨울이 오기 전에는 난방과 단열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11월에는 김장도 해야 하구요. 그런데 요즘은 점점 김장을 하지 않지요?

 

어르신들이 오래 살아오신 구도심 마을에서는 김장도 많이들 합니다. 김장을 위해서 여름에 빨간 고추를 말려 고춧가루를 만드는 집도 많이 보입니다. 장마와 소나기를 피해서 고추를 잘 말리는 일은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작업입니다. 그런 번거로운 일들을 어르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 내십니다. 지난 여름 동네에서 고추 말리는 모습은 이렇습니다.

 

 

생활문화공간 아토 고문님의 고추말리기(2020년 8월 23일)
인수마을 어느 집의 고추말리기 신공(2020년 9월 13일)  

 

 

 

생활문화공간 아토의 운영진은 이 시대에 주택에서, 동네에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아파트에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주택의 장점을 듬뿍 누리면서, 그러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마을만들기를 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활동들에는 분명 고되고, 비효율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노력을 통해 현대 시대와 젊은 사람들에게도 통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활문화 매뉴얼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요?

 

저희가 시도하는 친환경 생활용품 만들기는 그 첫 시도입니다. 기성 제품보다 저렴하고, 기능이 좋으면서도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정원에서 쓸수 있는 퇴비로 만드는 것과...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것 등등을 시도해 보려 합니다. 음식물쓰레기 봉투 값과 수돗물 요금도 아끼고, 친환경적이고, 정원 가꾸기도 잘 되는 것이라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 다음에는 정원이나 화원, 그리고 텃밭 가꾸기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